영아기에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형태의 사회적 발달이 애착이다. 애착이란 영아와 양육자(주로 어머니) 간에 형성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말한다. 애착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주위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서, 애정이나 사랑과 같은 긍정적 정서의 의미를 지닌다. (Ainsworth, 1973).
영아가 특정 인물에게 애착을 형성하게 되면 그 사람과 있을 때 기쁨을 느끼고, 불안한 상황에서 그의 존재로 인해 위안받는다.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은 이후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Thompson,1998). 일반적으로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영아는 유아기에 자신감, 호기심,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기에 접어들어서도 도전적인 과제를 잘 해결하고, 좌절을 잘 참아내며, 문제행동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은 이후 주변 세계에 대한 신뢰감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1) 애착 발달의 이론
여러 이론이 영아가 생후 1년 이내에 특정 대상과 상호의존적인 정서적 유대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애착의 형성과 발달에 대한 설명은 달리하고 있다.
① 정신분석 이론
Freud(1938)는 정신분석 이론에서 애착의 발달을 심리성적 발달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머니가 영아에게 수유함으로써 빨기와 같은 구강 성적 자극에 대한 만족감이라는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따라서 어머니는 영아의 애정의 대상이 되어 정서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Erikson(1963) 또한 영아의 수유 욕구를 비롯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은 영아기에 안정된 애착 관계 형성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세상 전반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 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Erikson은 영아의 욕구에 대한 전반적 반응이 수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② 학습 이론
학습이론에서는 애착 행동을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학습경험의 축적이라고 본다(Perry & Bussey,1984). 학습이론에서도 정신분석 이론과 마찬가지로 수유가 애착 발달에 중요하다고 믿는다. 즉, 어머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임으로써 배고픔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수유하는 동안 신체접촉, 눈을 맞추는 경험을 통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나 청각적 자극 또는 촉각적 만족을 끊임없이 제공해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영아는 어머니와 즐거운 감정을 연결시키게 되고, 이에 따라 어머니는 이차적 강화인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차적 강화인은 처음으로 중립적 자극이던 것이 다른 강화 자극과 반복적으로 짝지어짐으로써 강화인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어머니가 이차적 강화인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영아는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 어머니와 가까이 있기 위해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행동(미소 짓기, 울기, 옹알이하기, 따라가기 등)을 하게 된다.
정신분석 이론과 마찬가지로 학습이론에서도, 일차적인 욕구 충족을 통해 발달한 긍정적인 정서적 유대관계를 애착이라는 개념보다는 의존성과 관련된 개념으로 설명한다.
③ 인지발달 이론
인지발달 이론에서는 영아의 사회적 행동은 영아의 기본적인 인지과정과 관련이 있으므로, 영아의 지적 발달이 선행되어야 특정 인물에 대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애착을 형성하기 전에 영아는 우선 낯선 사람과 친숙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대상영속성 개념 또한 획득해야 한다. 애착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짐으로써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과의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렵기 떄문이다. 따라서 영아가 대상영속성 개념을 획득하기 시작하는 시기인 7~9개월경에 처음으로 애착 현상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④ 동물행동학적 이론
Bowlby(1973) 의 애착 이론에 의하면, 애착의 발달은 사회적 학습에 의해 촉진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생존 유지와 보호를 위한 본능적인 반응의 결과로서 이미 생득적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즉, 애착 행동은 인간의 본유적인 반응인 빨기, 울음, 미소, 따라다니기, 매달리기와 같은 초기 사회적 신호체계를 모체로 하고, 어머니 또한 영아를 마주 보고 안거나, 영아와 접촉하는 것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 등의 내재적인 특별한 반응양식이 있어, 모자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애착이 발달한다고 보았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한 Bowlby의 애착 이론은 애착이 배고픔과 같은 일차적 욕구 충족과 관계없이 발달한다고 밝힌 Harlow의 연구 결과게 그 토대를 두는 것이다. Harlow(1959)의 유명한 원숭이 실험에서, 원숭이 새끼들은 어미와 격리되어 '철사 엄마' 와 '헝겊 엄마' 의 두 대리모에 의해 양육되었다. 철사 엄마와 헝겊 엄마에게 우유병을 부착해서 이 중 반은 철사 엄마에게서 우유를 얻어먹고, 나머지 반은 헝겊 엄마에게서 우유를 얻어먹었다. 연구 결과 원숭이 새끼들은 어떤 엄마에게서 수유를 받았든 그와 상관없이 모두 헝겊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철사엄마에게서만 젖을 먹을 수 있었을 때조차도 젖 먹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헝겊 엄마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낯선 물체가 나타났을 때도 두려워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모두 헝겊 엄마에게로 달려가 매달렸다.
배고픔을 덜어 준 것이 철사 엄마 이기 때문에, 원숭이 새끼들이 철사 엄마를 더 좋아해야 하였는데 그렇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 연구 결과는 수유가 애착 형성에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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